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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래사 가까이 / 김춘수

기사입력 2019-08-16 08:16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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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림 김수영

 

 

통영에는 미륵산이 있다. 이 미륵산 중턱에 남해 한려수도를 바라보며 아담하게 자리 잡은 절이 미래사이다. 시인은 새벽 이 미래사 가까이에서 닭울음소리를 들었는가 보다. 시인은 닭을 본 것도 아니요, 미래사에 있는 것도 아니다.

 

 

그 어느 지점에서 산골 고요하고 한적한 아침을 그리고 있다. 닭울음소리와 개울물소리 그리고 안개가 걷히고 있다. 동양적 화풍으로 현상을 재현하고 있다. 말하지 않은 여백의 미가 잔잔히 다가온다. 시에서 관념과 이념의 문제는 그 어디에도 없다. 사물현상의 보여주기다.

 

 

평소에는 그 닭울음소리로 인해 많은 것들이 떠올랐을 것인데 오늘 아침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은 텅 빈 자신의 내면을 말하며 이는 세계와의 온전한 조화를 의미한다.

 

 

시적 주체의 욕망은 어디에도 없다. 그저 받아들임이 있을 뿐이다. 닭 역시 제 울음에다 볏을 묻고 운다는 것은 자기 존재에의 충일된 모습의 시적 형상화다. ‘시적 주체 역시 제 울음에다 볏을 묻고 울었을 것이다라고 독자들은 상상해볼 수 있겠다.

 

 

시적 주체는 주체대로 시적 대상인 닭이나 개울물은 개울물대로 자기 존재의 현현이다. 이 둘은 어느 한 쪽의 관념이나 이념에 의한 합일도 서로의 배척도 아닌 서로 상생으로서 조화의 경지에 있다.

 

 

즉 서로의 비동일화(비동일화)에 의한 시적 사유의 경지를 보여준다. 이런 점에서 시 미래사 가까이는 아주 일상적인 세계에 대한 시적 자아의 텅 빈 충만을 형상화한 순수시라고 할 수 있겠다.

 

 

우리의 미래-텅 빈 충만, 무상의 기쁨이었으면 얼마나 좋으랴. 저 멀리 섬과 섬 사이로 배가 멀어져 간다.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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통영인터넷뉴스

허덕용 기자 (tyinews@empal.com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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