언젠가 민원이 있어 ‘광도면 사무소’를 찾아간 적이 있다.
전에 근무하시던 면장님 대신 새로운 면장님이 계셨다. 작은 체구에 창구까지 나와 민원을 직접 챙기는가 하면, 이 마을 저 마을 발로 뛰시면서 지역민과 소통하시는 모습이 가슴속 깊이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졌다.
시간이 흐른 뒤 이번에는 올해 시행되는 ‘임업직불금’ 신청을 위해 다시 ‘광도면 사무소’를 방문하게 되었다.나를 맞이한 사람은 산업계에서 직불금을 담당하고 있는 20대로 보이는 여직원이었다.
업무에 그렇게 능숙한 것 같지 않아 보여 신입 직원인가? 생각하고 있는데 이 직원은 민원을 해결해 주기위해 전임자에게 묻기도 하고 산림청에 전화도 해 보면서 진땀을 흘려가며 동분서주 하고 있었다.
사실 직불금 신청 마감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 산뜻한 처리를 바랐던 내 심정은 더욱 타들어 갔지만 자기 일 인양 애쓰고 있는 이 직원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빨리 해 달라는 독촉 보다는 오히려 내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.
한참을 기다린 후 신청서 출력을 할 차례가 되자 이번엔 서버 접속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. 관리자에게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은 안 되고...여직원에게 내일 다시 들리기로 하고 발길을 돌릴수 밖에 없었다.
다음 날 신청 마무리를 위해 다시 찾은 ‘광도면사무소’, 어제 그 직원이 신청서를 출력해 놓고 기다렸다며 환한 미소로 반겨 주었다. 난 준비해 갔던 다른 서류들과 함께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인사를 나눈 뒤 청사를 나와 걸어가고 있는데 등 뒤에서 ‘선생님’하고 부르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내 민원을 처리했던 여직원 이었다.
그 여직원은 음료수 한 병을 내밀며 “사장님 어제 바로 일을 처리해 드리지 못하고 다시 오시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. 제가 이 업무가 처음이다 보니 물어보고 찾아보고 한다고 많은 시간이 지연 되었지만 재촉하지 않고 긴 시간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. 안 그랬으면 제가 정말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”라고 말했다.
마스크를 쓰고 있어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눈물을 글썽이며 전한 한 마디에 진정성을 읽을 수가 있었다.
돌아오는 내내 그 직원의 진심이 담긴 음료수를 보며 흐뭇한 감동에 젖었다. 10년, 20년 후 쯤엔 이 공무원도 직책을 가진 간부가 되어서 이런 따뜻한 마음을 실어 민원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참 공무원상을 실천하고 있겠지 싶었다.
“관직에 있으면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는 의관을 쓴 도둑과 같다”라는 중국속담과 “벼슬살이의 요체는 두려워할 외(畏), 한 자뿐으로 백성을 두려워하라”라는 정약용의 목민심서 구절이 떠오르는 하루였다.
민선8기 천영기 통영시장의 시정 슬로건이 ‘약속의 땅, 미래 100년의 도시 통영’이라는데 이런 공무원의 작은 친절에서 시작할 수 있는 슬로건이지 않나 생각 된다.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민원인을 대하는 진심어린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.
2022. 10.19
통영시 임업후계자 강법권